Herd of the Daytime
한낮의 무리


Herd of the Daytime

An animal is roaming around. Its species is unknown. It may as well be a dog, a cat, a wild boar, or a wolf, but it does not correspond to any of the animals in our surroundings. Only darkness surrounds the creature. There are no sounds, instructions, narrations, or conversations. There is not a single indication of direction or time, nor any changes in action whatsoever. There is only one animal that continues to walk.

The title of the work reveals a single clue: the creature is moving in the daytime. However, it is precisely this daytime that poses problems. Every year, we repeatedly endure the scorching heat under the midday sun during the peak of summer. The summer daytime heat arrives with spring and does not retreat even as early autumn approaches. After a cold wave hits, the season continues to experience temperatures warmer than those in previous years, but the heat records are relentlessly renewed on an annual basis. The creature in front of us is walking on such a day.

We have dismantled the creature, which had been moving around as an animal with a single identity, dissecting it, frame by frame, until its movement came to a halt. The result yielded image fragments of 365 distinct animals, each resembling a creature commonly sighted in the city, coming and going every single day with the midday heat. Or perhaps one that wanders somewhere in a jungle that we have never been to but may soon disappear, or in a strange city.

These 365 animals emerge during the hottest time of the day, instigating a sense that the Earth’s climate is changing and, at times, awareness of ominous signs. It is akin to an animal instinct or precognitive dream, triggered by the heat wave that melts the black asphalt and exposes the riverbed. It is a sense that can never be captured by the habits and knowledge of conventional human life, but rather an animal sensation, grasped by our own bodies, that is capable of neutralizing them. An individualized sense that cannot be ordered in language or statistically represented by a handful of figures. Therefore, some may discover their animal instincts and the foreboding signals in the foggy air that obscures their early morning visions, and others in the mild heat and moisture of the night that hardly vanish. Inevitably, their forms and shapes all vary. However, we collectively experience and endure the 365 days of growing heat and humidity, paralleling with the countless bodies that formulated a single movement which precipitated today’s climate change.

The 365 animals have names that were created through the use of AI, combining words associated with climate, environment, and ecology. However, the AI repeatedly produced a limited set of environment-related words frequently employed by humans, including such terms as eco, blue, and green. It has come to our attention that in spite of the myriad discussions on environment and climate since the beginning of the 21st century, only a modest range of words is utilized in the discourse. Thus, we took on the initiative to enrich the vocabulary/names by tasking the AI to search out words associated with environment across various disciplines established by humans, including science, mythology, and liberal arts.

The animals of the daytime, presented with 365 names in total, are exhibited in such a manner that they are seemingly encroaching on the vast memorial and the surrounding space. Simultaneously, when the viewers reach the top of the memorial, they witness that the 365 animals are walking endlessly as a single entity. The space where the sole animal is wandering, depicted as a dark background, represents an area within the ecological environments we are currently experiencing and predicting. The black background may be linked to the summers in West Asia, the monsoons in Pakistan, the winters in South America and the spring ocean of Jeju. The motions of the animal, glowing white against the dark background, may portray man’s common will to act in spite of all, in the midst of global climate disasters.

In the realm between extreme pessimism and self-fulfilling hopes, certain individuals would demand pragmatic policies, ethical practices, or a collective awakening of humanity. We viewed the utterings from this cacophonous world as extreme assumptions and apathy, focusing on the one thing we can immediately put into action: the documentation of images and language drawn from the experiences of the single animal, or herd, walking along the midday street, under the full impact of climate change. The way in which humans and the world project onto one another, the substance of language mutually exchanged, and more. Specifically, we pondered on the methods through which humans can share something that is related to the ecological environment, but is not propaganda, ethical consciousness, policies, products, laws, nor moral practices.

At first glance, the vast structure appears to be a monument dedicated to the living animals of the daytime. However, whilst it portrays each of the 365 entities of the herd, it also captures the single coordinated motion in which the pack moves. A single movement reflects the whole, and the entirety anchors the individual names and identities engraved in each appearance. At the same time, the monument also serves as a space that aligns, classifies, and unfolds the lives and backgrounds of the sole animal and herd. It, however, requires our present physical bodies to circle around, climb up the stairs, inspect, and observe in order to function. What we need, in our belief, is not to move in the direction of a specific ecological ideology or ethics, but to roam around and appreciate the work with members of a herd who are capable of sensing changes with their own bodies and making independent judgements about their own actions.



한낮의 무리

한 마리의 동물이 배회 중이다. 종은 알 수 없다. 개나 고양이, 아니면 멧돼지나 늑대 같지만 우리의 주변의 동물들 어느 것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짐승을 둘러싼 배경은 어둠뿐이며, 사운드, 지시문, 내레이션, 대화 같은 것도 없다. 방향도 시간도 알 수 없으며, 몸짓의 변화도 없다. 그저 계속해서 걷기만 하는 한 마리가 있을 뿐이다.

작품의 제목을 통해 그가 걷고 있는 시간이 한낮이란 것만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한 낮이 문제다. 한여름 한낮의 폭염 속에서 우리는 살이 타들어 가는 듯한 경험을 매년 반복하고 있다. 그 여름 한낮의 더위는 봄과 함께 찾아와 가을 어귀에서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겨울 한파가 불어닥친 뒤 예년보다 따뜻한 기온이 이어지지만, 그 예년이란 것이 매년 갱신되는 중이다. 지금 우리 눈앞의 짐승 한 마리는 그러한 한 낮을 걷고 있다.

그 한 마리의 짐승을 해체해 보았다. 하나의 정체성을 지닌 동물로 움직였던 짐승의 동작이 멈출 때까지 포를 뜨듯이 프레임 단위로 쪼갰다. 그 결과 제각기 다른 365마리의 동물의 이미지 조각이 나왔는데, 365마리 각각의 동물이 우리의 매일 한낮의 열기와 함께 출몰했다 사라지는 도심의 흔한 동물들 같았다. 혹은 우리가 가보지 못했지만 곧 사라져버릴지도 모를 밀림이나 낯선 도시의 어딘가를 떠돌고 있는 녀석들일지도 모른다.

이 365마리는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에 출몰해 이 땅의 기후가 변화하고 있다는 감각을 일깨우며, 때로는 매우 불길한 징조를 감지하게 한다. 검은 아스팔트를 녹이고 강바닥을 드러내 버리는 폭염 속에서 발동되는 동물적인 감각이나 예지몽 같은 것이다. 인간의 기존 삶의 습관과 지식으로는 도저히 포착할 수 없으며, 오히려 그러한 것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동물적 직감, 우리 스스로의 신체에 의해 포착된 감각이다. 언어로 정렬하거나 몇 개의 숫자로 통계를 낼 수 없는 각자의 감각이다. 때문에 어떤 이들은 이른 아침 시야를 가린 뿌연 공기 속에서, 또 다른 이들은 좀체 사라지지 않는 한밤 중의 미열과 습기를 통해 그 동물적인 감각과 징조를 발견할 것이다. 물론 그 형태와 모양 또한 모두 다 제각각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점차 더 뜨거워지고 습해져 가는 365일의 나날을 동시에 경험하며 견뎌내고 있다. 수많은 몸체가 하나의 움직임이 되어 오늘날의 기후 변화를 초래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 365마리의 동물들에겐 이름이 있다. AI를 활용해 기후, 환경, 생태와 관련한 단어들을 조합해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AI 또한 eco, blue, green 등 인간들이 환경과 관련해 선택한 단어 몇 가지를 반복적으로 이용했다. 21세기 들어 우리는 환경과 기후 등에 대해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지만 정작 그 담론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그리 풍부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때문에 AI에게 인간이 구축해 놓은 과학, 신화, 인문학 등으로부터 환경과 관련된 단어들을 찾아내 좀 더 풍부한 언어/이름을 만들어내려 했다.

그렇게 365개의 이름이 부여된 한낮의 동물 무리들은 거대한 메모리얼과 주변으로 확장하듯 전시된다. 동시에 메모리얼의 꼭대기에 이르면 365개의 동물들이 한 마리가 되어 끊임없이 걷는 장면을 볼 수 있다. 한 마리가 걷고 있는 곳은 검은색 배경으로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예측하고 있는 생태환경의 영역에 대한 제시이다. 그 검은 배경은 서아시아의 여름과 파키스탄의 몬순, 그리고 남미의 겨울과 제주의 봄 바다와 연결될 수도 있다. 그 검은 배경에서 하얗게 빛나는 동물의 움직임은 전세계적인 기후 재난 속에서 그럼에도 뭐라도 해보려는 인간의 공통 의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극단적 비관과 자기 주문과도 같은 희망 사이에서 누군가는 실질적인 정책을, 윤리적 실천을, 인류 전체의 각성을 피력할 것이다. 우리는 이 시끄러운 세계의 말들을 극단적인 가정과 무기력으로 보며 그 안에서 지금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하나의 행위에 주목했다. 저 한낮의 거리에서 온몸으로 기후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 한 마리 동물, 혹은 한 무리들이 자신의 경험과 체험으로부터 끄집어낸 이미지와 언어에 대해 기록하는 것이다. 인간과 세계가 서로를 투영하는 방식, 인간이 서로에게 건네는 언어의 실체 등. 특히 인간이 서로에게 이 생태 환경에 대해 프로파간다, 윤리의식, 정책, 상품, 법, 도덕적 실천이 아닌 것을 어떻게 주고받을 수 있을지 고민해 보았다.

거대한 구조물은 언뜻 보기엔 저 살아 움직이는 한낮의 동물들에 대한 기념비 같다. 그런데 달리 365개의 무리들 각자를 조망하면서도, 그 무리들이 하나의 몸짓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담고 있다. 하나의 움직임이 전체를 반영하며, 전체가 낱낱의 모습으로 제각기 지닌 이름과 정체성을 기억하도록 하는 것이다. 동시에 한 마리와 한 무리들의 삶과 그 배경을 정렬하고 분류해 펼쳐내는 공간으로도 작동 중이다. 그런데 그 구조물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구조물 주위를 맴돌고 계단을 올라가 살펴보고 관찰하는 지금 우리의 신체가 필요하다. 특별한 생태 이념이나 윤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신체로 변화를 감각하고 스스로 행위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한 무리의 일원이 함께 움직이고 관람하는 경험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