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mming Aget
적막의 시대


Mumming Age

The woman in Room 1902 lives in a rooftop that looks like a storage and makes something of unknown shape. She repeats making similar-sized leather pieces into funnel shape, filling it with cotton and finishing up by sewing all day. Sometimes she would get up from the chair and walk outside for a little. After a long period of work, she walks outside because of some strange sound, but the source of sound isn’t outside.

She rarely goes out either. Perhaps it is because of this strange and dark shells that surround her. Her back is covered with shells that look like insects from far and are indescribable from close. What kind of pain and sense of isolation she would have lived with can be vaguely imagined through that shell, so huge that it would block her from making movements? But it doesn’t seem like she would resent her inborn appearance or escape from it either. She just accepts it silently and focuses on what that body can do. She sews nonstop and faces the weight that she bears.

The shapes finished with sewing are all stores in boxes. It is unknown what they will come together and create yet. Actually, this assumption is meaningless. The shapes inside the boxes represent her life that is filled with the behavior of sewing. Each moment in life passes as completed even if we don’t intend it. Even if the shapes that she made turns into the work of some other shape, the one shape that she finished at this moment is created due to this time, and is already completed.

We miss the things that are already in the past and linger to the things that we couldn’t do and complete, and by doing so, we develop more deficiencies and sense of emptiness toward the past and ourselves. The women in Room 1902 isn’t living a perfectly abundant life either. It is shown through the auditory hallucination that rings in her ears and working in a restricted space due to some memory. Yet, completing her work unwaveringly and piling them up isn’t probably because she overcame adversity and achieved victory, or exercised her strong will against obstacles. Perhaps she can focus on the work because she abandoned the idea that adversities and obstacles can be overcome by humans.

The shapes she made somewhat resemble the shells on her back. These shapes embrace the time, memory and pain that she experienced. But it wasn’t to seek other people’s consolation or sympathy by expressing her thoughts and pain. Seeing the shapes piling up in the boxes, you can tell that these are the abstraction of the time when her pain is operated. They sum up the various agonies of life that any humans will have to face each moment once born. What she wants to tell the world through her suffering isn’t other people’s interest or affection, but a direct view on each one’s pain and agony- just like she records the time of her pain through the shapes.

Living in a different body, with different will and with different thoughts, we all would do and endure different things in each of our time. Therefore, it is of no use to agonize about how to live more fierce and intense life while spending the day in the same way as others. Wouldn’t it be more urgent to create the flow of life in your own way, in the midst of gigantic passage of time?

We create our own lives while thinking and acting something. Although we live through day to overcome the dilemma that each of us face every moment, we dream of a better, stable life and continue to escape from daily life. If it is the innate condition of recognition for humans, we need to accept that as well. Nevertheless, there are people are the woman in Room 1902 that live in a dark rooftop, covered with heavy shells as well. The ones that are consumed by the gigantic time each moment but somehow squirming. So, we wanted to think through her - about the strength of humans that somehow live on with their own lives in the midst of that gigantic passage of time.



적막의 시대

1902호 여자는 창고 같은 옥탑에 살며 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만든다. 크기가 비슷한 가죽 천을 깔때기 모양으로 만든 뒤 그 속에 솜을 채워 바느질로 마무리 하는 과정을 하루 종일 반복한다. 때때로 의자에서 일어나 잠시 밖으로 나갈 때도 있다. 한참 작업하다 보면 들리는 어떤 기괴한 소리 때문에 밖으로 나가 보지만, 소리의 진원지는 외부에 있지 않다.

여자는 외출도 거의 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기괴하고 검은 껍질 같은 형체 때문이리라. 그녀의 등은 멀리서 보면 벌레 같고, 가까운 곳에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껍데기로 뒤덮여 있다. 거동에 방해가 될 만큼 커다란 그 껍데기를 통해 그녀가 어떠한 고통과 고립감 속에서 살아왔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여자가 자신의 타고난 외형을 원망하거나 떨쳐버릴 것으로 여기는 것 같지 않다. 그저 묵묵히 받아들인 채 그 몸이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한다. 쉬지 않고 바느질 작업을 하며 자신이 지고 있는 무게와 대면하는 것이다.

바느질로 완성된 형상들은 모두 박스에 담겨 보관된다. 그것들이 모여 무엇이 될지 아직 알 수 없다. 사실 이런 짐작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박스에 담긴 형상들은 바느질이란 행위로 채워지는 여자의 일상을 대변한다.

일상의 매 순간은 우리가 의도하지 않아도 이미 완결된 채 흘러간다. 여자가 만든 형상들이 나중에 어떤 형태의 작업으로 변형된다 해도, 지금 이 순간에 여자가 만들어낸 하나의 형상은 이 시간에 의해서만 만들어지고 이미 완결된 것들이다.

우리는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을 아쉬워하고, 이루지 못한 것들에 자꾸 미련을 두며, 지나간 시간은 물론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결핍과 공허만 쌓고 있다. 1902호 여자 또한 완벽하게 충만한 일상을 살고 있진 않다. 귓가를 맴도는 환청, 어떤 기억에 의해 한정된 공간에서만 활동하고 있는 상황 등이 이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고 어떻게든 자신의 작업을 완성해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건 그녀가 역경을 딛고 승리했거나 장애 앞에서 강한 의지를 발휘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역경과 장애가 인간에 의해 극복되고 떨칠 수 있을 거란 생각 자체를 버렸기에 작업에 집중하는 게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자가 만든 형상들은 어딘지 그녀의 등 껍데기와 닮았다. 그 형상에는 그녀가 보낸 시간, 기억, 아픔 등이 배어있다. 그렇다고 자신의 생각과 아픔을 그대로 표현해 다른 이의 위로와 동정을 구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 가만히 종이 박스 안에 쌓여가는 형상들을 보면 어느새 그녀의 아픔이 작동되는 시간을 추상화한 것들이란 걸 알 수 있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매 순간 마주할 수밖에 없는 삶의 다양한 괴로움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녀가 자신의 고통을 통해 세상에 말하고자 하는 건 타인의 관심과 보살핌이 아니라 각자의 고통과 괴로움의 직시이다. 그녀가 자신의 고통의 시간을 형상물을 통해 기록해 나가듯이 말이다.

모두 다른 몸, 다른 의지, 다른 생각 속에서 살아가는 한 우리는 각자의 시간 속에서 하고 있는 일과 이겨내고 있는 대상 또한 다 다를 것이다. 고로 남들과 같은 하루를 보내며 어떻게 더 치열하고 빡세게 살아낼지 고뇌하는 건 아무 소용없는 짓이다. 오히려 거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의 흐름을 만들어 내는 게 더 시급하지 않을까.

우리는 이미 뭐라도 생각하고 행위하며 각자의 삶을 창조하고 있다. 그렇게 매 순간 각자의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꾸역꾸역 이 하루를 기어이 살아내고 있음에도 더 나은 삶, 안정된 삶을 꿈꾸며 자꾸 자신들의 일상으로부터 도망치려 한다. 그게 인간의 타고난 인식조건이라면 우리는 그마저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어두컴컴한 옥탑에서 무거운 등껍질을 뒤집어 쓴 채 살아가는 1902호 여자 같은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매 순간 거대한 시간에 잡아 먹히고 있으면서도 어떻게든 꿈틀대고 있는 자들 말이다. 그래서 그녀를 통해 생각해보고 싶었다. 그 거대한 시간의 아가리 속에서도 어떻게든 자기만의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힘에 대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