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p
Granny Eetto Eetto (Becoming dirt, becoming dirt; named from the idea of Mother Earth that embraces all things) collects all things in the world. Her collection includes objects left in the sites of demolished houses. While Granny Eetto Eetto goes around the deserted house and gathers abandoned objects, a man tells a story about a village and a woman that lived there in a dull voice. Once, this village was crowded with people that were filled with all kinds of misfortune and poverty. However, it was demolished due to the development of a new town, and villagers scattered away without a trace.
The video does not actually show the people that actually lived there or reenact their stories. When Moojin Brothers arrived there, the village was already ruined that there was nothing left to infer the present life of villagers from. It was just filled with things like children’s shoes, drawings, plate set, toothbrushes and frames with biblical verses that villagers left. They were curious. Why did they have to abandon the things full of family memories and leave in a hurry? Where did the villagers go to, and where will these things be thrown away to? The story of Granny Eetto Eetto and the traveler began from such curiosity.
Before the story was created, Moojin Brothers were faced with more fundamental issue on human life through this video. The place where someone lived on with the life collapses and falls apart someday. We constantly face the harsh problems of life and death, like children dying from illness or accident. But as we think we lived such painful and tough time, we continue to live an unpredictable, strenuous life in another space and time as if nothing happened. In our inevitable lives that start at birth and reach death, perhaps each moment was only filled with agony as we face unwanted movements and changes. Like those villagers.
Then how should we live this strenuous life? This question was refined into the question of ‘what we can do on that ruin, where everything fell apart in vain’ as we worked on the video. And as we looked into each one of the things and gather stories, something aside from the sorrow that we initially felt started to take place. Is the only thing left on this wilderness, where gigantic city will be built someday, an emotion of sorrow? Rather, shouldn’t a new story begin from it? Without forgetting someone’s sorrow, we wanted to remember it in a different way and pass it onto someone. Like this, things that once belonged to villagers were left with Granny Eetto Eetto.
Granny Eetto Eetto, who may be a shaman, or someone that helps repeating endless creation and destruction of the world like Demeter in Greek mythology. Villagers’ things that were passed through Granny’s hands will be passed onto travelers and travel around this world or that world.
The way we remember and forget someone else’s life is too fast and abusive. Of course, the people in that village will naturally die and be forgotten someday. However, crumbling the livelihood with a single forklift overnight and photos of families that fled by night being burned along with all kinds of trash is not a natural oblivion but a meaningless deletion. Therefore, we wanted to console the traces of their lives and send them off well through the story of Granny Eetto Eetto and travelers. We wish that the objects filled with our sentients, everything that is left in someone’s memory wear down slowly and be forgotten naturally through the hands of Granny Eetto Eetto and travelers until they turn into a handful of earth, just like humans die and return to be a part of earth.
더미
이토이토[以土以土(흙이 되다, 흙이 되다: 만물을 포용하는 어머니 대지에 착안해서 지은 이름), eetto eetto] 할멈은 세상 온갖 물건들을 수집한다. 그녀의 수집품은 철거된 집터에 남겨진 물건들이다. 이토이토 할멈이 폐가 이곳저곳을 돌며 버려진 물건들을 열심히 주워 나르는 동안 한 남자가 덤덤한 목소리로 어느 마을에 관한 이야기와 그곳에 살았던 여인의 사연을 전한다. 한때 그 마을은 온갖 불행과 가난으로 점철된 사람들로 북적대던 곳이었다. 하지만 그마저 신도시 개발로 허물어지고, 마을 사람들은 흔적도 없이 흩어져버렸다.
영상은 실제 그곳에 살던 사람들을 등장시키거나 그들의 사연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는다. 무진형제가 그곳을 찾았을 때 마을은 이미 폐허가 되어, 마을에 살았던 사람들의 현재 삶을 유추할 수 있는 어떤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다만 아이들의 신발과 그림, 접시세트, 칫솔, 성경구절이 적힌 액자 등, 마을 사람들이 남기고 간 물건들로 가득했다. 궁금했다. 그들은 왜 가족의 흔적과 추억이 가득 담겨있는 물건들을 그처럼 급하게 버리고 떠났을까. 마을을 떠난 사람들은 어디로 갔으며, 저 물건들은 어떤 곳에 버려질까 … 이토이토 할멈과 나그네의 이야기는 이러한 궁금증으로부터 만들어졌다.
이야기가 만들어지기 전, 무진형제는 이번 영상을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한 좀 더 근원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누군가가 일상을 유지하고 살아가던 곳은 언젠가 반드시 무너지고 허물어지기 마련이다. 병이 들고 사고가 나서 자식이 죽는 등 살면서 끊임없이 생사의 고된 문제들과 부딪치며 살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죽을 듯이 괴롭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생각하는 찰나, 언제 그랬냐는 듯 우리는 또 다른 시공간 속에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고된 삶을 또 살아내야만 한다. 태어나 나이를 먹고 죽음에 이르게 되는 우리의 필연적 삶은 원치 않은 이동과 변화로부터 발생하는 매 순간의 괴로움뿐인 건 아닐까. 그 마을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고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질문은 영상작업을 하며 ‘모든 것이 허망하게 허물어진 저 폐허 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구체화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물건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사연을 채집할수록 처음 우리가 느꼈던 슬픔 대신 다른 것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거대한 도시가 세워질 이 황무지에 남은 게 슬픔의 정념뿐일까. 오히려 그로부터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누군가의 슬픔을 잊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기억해 다른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었다. 그렇게 마을 사람들의 물건들을 이토이토 할멈에게 맡기게 되었다.
어쩌면 무당과 같은 존재거나, 그리스 신화의 데메테르 여신처럼 이 세계가 끊임없이 생성소멸을 반복할 수 있도록 돕는 자일 수도 있는 이토이토 할멈. 할멈의 손을 거친 마을 사람들의 물건들은 나그네들에게 건네져 이 세상 또는 저세상 곳곳을 떠돌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타인의 삶을 기억하고 망각하는 방식은 너무 빠르고 폭력적이다. 물론 그 마을 사람들도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죽고 잊혀질 것이다. 하지만 포클레인 한 대로 삶의 터전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야반도주한 가족의 사진이 온갖 쓰레기들과 섞여 소각되어버리는 건 자연스러운 잊혀짐이 아니라 무의미한 삭제일 뿐이다. 그래서 이토이토 할멈과 나그네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 삶의 흔적을 잘 위로하고 보내주고 싶었다. 인간이 죽어 흙으로 돌아가 흙이 되듯, 우리의 온갖 정념이 깃든 물건들,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모든 것들도 이토이토 할멈과 나그네들의 손을 거쳐 언젠가 한 줌 흙이 될 때까지 천천히 마모되고 자연스럽게 망각되길 바란다.